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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야기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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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이야기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김형규 (지은이) 
  • 출판사나비클럽 
  • 출판일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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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1세기로 귀환한 참여문학,
미학적 리얼리즘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가의 출현
김형규 첫 소설집

참여문학의 계보를 잇는 현실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소설집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우리가 붙잡을 수 있기를, 투쟁.
— 정보라(소설가)

이런 이야기를 써 줘서 감사하다. 오랜만에 읽는 굵은 선을 가진 소설.
— 김민섭(사회학자)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가 《모든 것의 이야기》 안에 담겨 있다.
— 장일호(시사in 기자)


“다세대주택에서 사람 하나가 소리 없이 걸어 나온다. 빌라 현관에서도 한 사람이 걸어 나와 소리 없이 잰걸음으로 사라진다. 그 옆 단층집에서도, 맞은편 또 다른 다세대주택에서도 한 사람씩 나타나서 같은 방향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 다시 또 한 명이 유령처럼 내 곁을 지나쳐 간다. 숨소리마저 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더 큰 골목으로 나아간다. / 나도 물결을 따라가 본다. 좁은 골목에서 흘러나온 시내가 다른 시내를 만나 개천을 이루고 10차선 도로의 인도에서 강물이 되어 전철역 입구를 향해 흘러간다.”― <대림동에서, 실종> 중
우리는 매일 이 물결을 따라 흘러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삶은 죽음으로 흐르고, 당신과 내가 만나거나 헤어지고, 사랑하거나 서로 믿지 못하고 배신하거나 엇갈리며 그리워하거나, 두려움과 불안과 외로운 마음들의 흐름. 이 흐름을 사유하는 선 굵은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김형규의 소설집 《모든 것의 이야기》는 이 흐름의 밑바닥, 존재하지만 애써 보려 하지 않았던 것, 21세기에 이른 ‘계급’ 문제를 전면적으로 드러낸다.
위 풍경은 90년대 난곡의 산동네와 평행이론처럼 닮은 21세기 대림동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새벽마다 흐름을 형성하면서 흘러가는 행렬들, 밤이면 수없이 많은 불빛들이 빛나는 이곳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차별과 타자화를 드러낸다. 이는 AI로 일자리를 잃은 무직자들이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게임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구세군>의 배경인 근미래까지 나아간다.
‘계급 문제로의 귀환이다. 더 첨예해지고 복잡해진 자본의 논리로부터 문학적 상상력으로도 놓쳐버린 그 무엇에 김형규의 첫 칼날은 향해 있다.’_최성실(문학평론가)

이야기를 위하여 장르문학의 문법을 이용하는 작가

김형규는 ‘싸움꾼’이다. 1991년 노태우 정권에 저항하며 노동자와 학생들의 분신이 이어지던 시국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시위에 가담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사와 러시아 현대사, 시베리아 역사를 전공한 뒤 민주노총 변호사로 노동자들을 변호했다. 재판을 ‘프레임’ 싸움으로 접근한다. 승률이 높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파업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싸움꾼’에게 청소년 시절부터 써온 습작노트가 있다. 세상에 대한 고통과 회의감을 견디게 하는 건 문학이었다. 대림동에서 노동변호사로 일하며 중국 동포 이민자들을 그린 <대림동 이야기>로 2022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았다. 실종 사건을 다루면서도 기존의 미스터리 서사와는 다르게 이야기의 여백을 구축하고 깊은 여운을 주는 시선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써온 작품 다섯 편이 담긴 소설집 《모든 것의 이야기》는 ‘계급’이라는 주제를 관통하면서도 각 이야기에 걸맞은 장르를 취하고 있다.

표제작인 <모든 것의 이야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거대 담론과 지배 논리,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체제 안에서 환대받지 못한 이들이 새로운 시공간으로 이동하며 계속 나아가는 이야기다.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수상작인 <대림동에서, 실종>(<대림동 이야기>)은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 동포 경장과 신입 여자경찰이 파트너가 되어 조선족 ‘화춘’의 실종을 수사하는 미스터리 사회소설이다. <가리봉의 선한 사람>은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오마주하며 과거와 현재의 노동문제를 다루는 소설-편지-희곡이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청소노동자 파업 소송을 그린 르포르타주이며 마지막 <구세군>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기본소득과 무직자 혁명을 다룬 본격 SF 소설이다.

현실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소설집 《모든 것의 이야기》는 참여문학의 계보를 이으면서 정교해진 자본의 논리 아래 존재하지만 가려진 계급과 계층 문제를 전면에 부각함으로써 21세기로 귀환한 참여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문학적 상상력으로도 놓쳐버린 것’을 드러내기 위해 장르의 문법을 이용하여 현실을 드러내고 독자들이 이야기에 참여하게 하는 것, 이것이 역사를 연구한 싸움꾼 변호사인 ‘소설가’ 김형규의 문학적 전략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외로움의 물결”
그 외로움의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한 이야기


김형규 작가의 작품을 관통하는 또 다른 주제는 환대받지 못한 자들의 외로움이다.
<모든 것의 이야기>는 냄새로 시작한다. “어릴 적부터 별명은 늘 개코였다. (…) 엄마가 도망간 것도 집에 도착하기 몇십 미터 앞에서 알았다. 골목에 들어서자 우리 집 방향에서 진득한 슬픔의 냄새가 풍겼다.” 계급은 냄새로 구분된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부당한 노동조건에 반대하며 빌딩에 고립돼 농성을 하던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변호사와 기자, 시민이 서로를 지원하고 연대했던 승리의 기록이다. 작가는 코로나 시국에 농성장에 가는 것도 쉽지 않게 된 주인공 변호사의 입을 빌려 “외로움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다. (…) 히틀러도 외로워서 전쟁을 벌이고, 스탈린도 외로워서 대숙청을 하고, 마오쩌둥도 외로워서 대약진운동을 시작했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야기한다.
<구세군>은 외로움의 물결이 어떤 식으로 서로를 연결하고 보호하는 단단한 물결이 되는지 보다 직접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사람을 고립시키는 지배계급의 시스템을 전복시키는 이야기다. 시스템에 사육되기를 거부하며 저항하는 ‘구세군’ 조직에는 직책이 없고 대표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하다. 단지 모든 조직원들이 선으로 연결되어 자신의 앞사람 한 명과 뒷사람 한 명만 알 뿐이다. 구세군의 계명에서 ‘목숨을 걸고 조직의 비밀을 지킨다’ 보다 먼저 언급되는 것은 ‘목숨을 다해 사람을 사랑한다’이다.

“그래도 더 나아가, 여기는 끝이 아니야.”

작가는 현실을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 우리가 사유할 수 있는 이야기,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선한 사람들이 죽지 않기를, 다섯 편의 작품 내내 독자들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 “그래도 더 나아가, 여기는 끝이 아니야.”
새로운 문을 찾아 계속 나아가는 것, 이동하는 것! 함부로 타인을 타자화하지 말고 외롭게 죽지 말고 공간을 이동하듯이 계속 나가보자고 말하고 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랬습니다. 두려울 때마다 시공간의 무한함이나 빛의 속도 같은 것을 떠올렸습니다. /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래 생각하던 어느 날 당신과의 약속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세계와 사람에 대해 찬찬히 둘러보았고 우리는 머지않아 사라지지만 그 짧은 생 안에 아름다운 것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당신과 내가 겪은 고통의 크기 자체는 어쩌지 못하더라도 당신과 내가 같은 고통을 겪었음을 서로 이해함으로써 고통이 남긴 흉터의 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_작가의 말

과거를 잊지 않고 현재를 방관하지 않고 함께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신뢰할 만한 성실한 싸움꾼 소설가가 나타났다.

저자소개

인간과 사회, 시공간과 빛의 속도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대학원에서 러시아 현대사와 시베리아의 역사를 공부했다. 여러 학교에서 강의했고 대책 없이 출판사를 만들어서 된통 고생한 시절도 있었다. 역사 분야의 책을 몇 권 짓거나 우리말로 옮겼다. 2021년 〈대림동 이야기〉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받았다. 현재 변호사로 일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법률문서에 치여 살면서도 늘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목차

모든 것의 이야기

대림동에서, 실종

가리봉의 선한 사람

코로나 시대의 사랑

구세군



작품 해설

작가의 말

한줄 서평